황상무 신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왼쪽부터), 한오섭 정무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장상윤 사회수석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인사 발표 브리핑에 배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군불만 때던 대통령실 인사가 실체를 드러냈다. 연초부터 대통령실 인사개편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여러 번 제기됐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그 때마다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뚝심’과 결부짓기도 했다. 그렇게 묵히고 묵힌 끝에 공개된 결과물은 ‘물음표’ 그 자체다. ‘장고 끝에 악수’란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정책실장직을 신설한 시스템 변화는 시의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올 한해 대통령실 인사개편관련 논란의 근원에는 비서실장 권한 집중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기획수석 자리를 마련해 보완해봤지만 내부 마찰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경제, 사회 분야를 비서실장 업무에서 떼어내면 비서실과 정책실 간 권한과 책임이 분명해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새로 임명된 이들의 면면이다. 장상윤 사회수석은 교육계에서는 시쳇말로 ‘듣보잡’이다. 지난해 정부 출범 당시 교육부 차관에 임명됐을 때부터 교육계를 무시하는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예상 범주를 확연히 벗어난 인물이 요직을 차지할 때는 ‘뒷배’를 찾아보기 마련이다. 그리고는 소문이 돈다. 지목된 이는 ‘윤핵관’ 중 1인이다. 장관 임명이었다면 들고 일어날 일이었지만 정부 출범 초기이고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차관 인사였기에 교육계에서는 ‘억지춘향’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뒤로 진행된 인사는 참혹함 그 자체였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허들도 넘지 못했고, 어부지리로 낙점된 박순애 장관은 임기를 한 달밖에 채우지 못했다. 두 사람의 임명 배경을 국민들은 지금도 알지 못한다. ‘백년지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어렵사리 마련된 국가교육위원회의 초대 수장 자리는 70대 중반의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꿰찼다. 그는 교육전문가보다 역사전문가에 가깝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뉴라이트 인사로 분류돼 ‘이념을 초월한 교육정책 입안’을 사명으로 하는 국가교육위 미션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배용 전 총장이 누구의 추천으로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쳐 초대 위원장에 낙점됐는지 국민들은 역시 전혀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1970년생 장상윤 차관이 대통령실 사회수석으로 영전했다. 사회수석은 교육뿐만 아니라 보건복지, 문화예술 분야의 국가정책을 지휘하는 자리다. 교육부 차관 업무 수행능력도 검증이 끝나지 않은 이에게 훨씬 더 큰 권한이 주어진 것이다. 공무원들은 정권 실세를 본능적으로 캐치하고 줄을 선다. 교육계에서는 “자리 욕심 가득한 이배용 위원장이 오히려 장상윤 수석을 컨트롤하겠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대통령과 동년배인 박춘섭 수석의 임명에도 의문은 이어진다. 수없이 많은 전·현직 경제 전문가들 중에서 ‘왜 하필 박춘섭이어야 하냐’는 물음표다. 경제관료의 생애주기에서 조달청장을 지나 대한체육회까지 가면 마무리단계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이다. 전임자인 최상목 수석의 경우 탄핵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외생 변수로 경력이 단절된 케이스이므로 이관섭 수석과 함께 ‘화려한 복귀’에 명분이 있었다. 게다가 최 수석은 차관직 수행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박춘섭 수석은 주력 분야가 ‘예산’이다. 차관직 수행 경험도 없다. 관가에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격언은 영구불변의 진리지만 박 수석은 ‘꺼진 불’을 지나 ‘하얀 재’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런 이가 지난 4월 한국은행 금융통회위원회 위원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을 때 금융계에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대통령 개인과의 친분이 인사에 크게 작용했다는 풍문이 돌았다. 민간기업의 대관 업무자들은 그를 두고 ‘대통령과 술친구’라고 보고를 올렸다. 대통령실 수석의 자질에는 ‘깊이’ 못지않게 ‘넓이’가 필수다. 신임 장상윤 수석과 박춘섭 수석이 깊이와 넓이를 두루 갖춘 적합한 인물인지 현 시점에선 물음표가 가득하다. 비서실장 산하의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역시 마찬가지다. 다선인 이진복 전 수석조차 정무적 역할에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는데 한오섭 수석의 경력으로 여야관계에서 눈에 띌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현 난국을 타파할 문제해결력을 인정받아 임명됐다기보다 대통령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역할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윤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강조해 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국민은 별로 없다. 우선 그는 국민의 절반 이상인 야당을 ‘옳지 않다’고 한다.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는다. 여당 내에서도 유승민도, 이준석도 옳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갈라치기 하고 나면 대통령이 늘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이 잡아도 30%가 채 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2기 인사가 '이 30%만을 위한 인사'라는 비판에 대통령실은 어떤 반박을 할 수 있을까. ‘감동을 주는 인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신선한 인사’도 포기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상식적인 인사’라도 하는 것이 맞다. ‘늘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992년 내놓은 ‘붉은돼지(紅豚)’에서 주인공 포르코 로소(Porco Rosso)는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로 사는 편이 낫다”고 말합니다. 포르코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합니다. - 편집자 주

[포르코의 뷰] 묵혔던 대통령실 인사, 결국 30%에 갇혔다

참모진 아닌 비서진 성격..."감동도, 참신도, 상식도 없다"

최중혁 기자 승인 2023.12.01 12:40 | 최종 수정 2023.12.01 12:51 의견 0
황상무 신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왼쪽부터), 한오섭 정무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장상윤 사회수석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인사 발표 브리핑에 배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군불만 때던 대통령실 인사가 실체를 드러냈다. 연초부터 대통령실 인사개편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여러 번 제기됐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그 때마다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뚝심’과 결부짓기도 했다.

그렇게 묵히고 묵힌 끝에 공개된 결과물은 ‘물음표’ 그 자체다. ‘장고 끝에 악수’란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정책실장직을 신설한 시스템 변화는 시의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올 한해 대통령실 인사개편관련 논란의 근원에는 비서실장 권한 집중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기획수석 자리를 마련해 보완해봤지만 내부 마찰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경제, 사회 분야를 비서실장 업무에서 떼어내면 비서실과 정책실 간 권한과 책임이 분명해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새로 임명된 이들의 면면이다. 장상윤 사회수석은 교육계에서는 시쳇말로 ‘듣보잡’이다. 지난해 정부 출범 당시 교육부 차관에 임명됐을 때부터 교육계를 무시하는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예상 범주를 확연히 벗어난 인물이 요직을 차지할 때는 ‘뒷배’를 찾아보기 마련이다. 그리고는 소문이 돈다. 지목된 이는 ‘윤핵관’ 중 1인이다.

장관 임명이었다면 들고 일어날 일이었지만 정부 출범 초기이고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차관 인사였기에 교육계에서는 ‘억지춘향’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뒤로 진행된 인사는 참혹함 그 자체였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허들도 넘지 못했고, 어부지리로 낙점된 박순애 장관은 임기를 한 달밖에 채우지 못했다. 두 사람의 임명 배경을 국민들은 지금도 알지 못한다.

‘백년지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어렵사리 마련된 국가교육위원회의 초대 수장 자리는 70대 중반의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꿰찼다. 그는 교육전문가보다 역사전문가에 가깝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뉴라이트 인사로 분류돼 ‘이념을 초월한 교육정책 입안’을 사명으로 하는 국가교육위 미션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배용 전 총장이 누구의 추천으로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쳐 초대 위원장에 낙점됐는지 국민들은 역시 전혀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1970년생 장상윤 차관이 대통령실 사회수석으로 영전했다. 사회수석은 교육뿐만 아니라 보건복지, 문화예술 분야의 국가정책을 지휘하는 자리다. 교육부 차관 업무 수행능력도 검증이 끝나지 않은 이에게 훨씬 더 큰 권한이 주어진 것이다. 공무원들은 정권 실세를 본능적으로 캐치하고 줄을 선다. 교육계에서는 “자리 욕심 가득한 이배용 위원장이 오히려 장상윤 수석을 컨트롤하겠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대통령과 동년배인 박춘섭 수석의 임명에도 의문은 이어진다. 수없이 많은 전·현직 경제 전문가들 중에서 ‘왜 하필 박춘섭이어야 하냐’는 물음표다. 경제관료의 생애주기에서 조달청장을 지나 대한체육회까지 가면 마무리단계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이다. 전임자인 최상목 수석의 경우 탄핵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외생 변수로 경력이 단절된 케이스이므로 이관섭 수석과 함께 ‘화려한 복귀’에 명분이 있었다. 게다가 최 수석은 차관직 수행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박춘섭 수석은 주력 분야가 ‘예산’이다. 차관직 수행 경험도 없다. 관가에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격언은 영구불변의 진리지만 박 수석은 ‘꺼진 불’을 지나 ‘하얀 재’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런 이가 지난 4월 한국은행 금융통회위원회 위원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을 때 금융계에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대통령 개인과의 친분이 인사에 크게 작용했다는 풍문이 돌았다. 민간기업의 대관 업무자들은 그를 두고 ‘대통령과 술친구’라고 보고를 올렸다.

대통령실 수석의 자질에는 ‘깊이’ 못지않게 ‘넓이’가 필수다. 신임 장상윤 수석과 박춘섭 수석이 깊이와 넓이를 두루 갖춘 적합한 인물인지 현 시점에선 물음표가 가득하다.

비서실장 산하의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역시 마찬가지다. 다선인 이진복 전 수석조차 정무적 역할에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는데 한오섭 수석의 경력으로 여야관계에서 눈에 띌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현 난국을 타파할 문제해결력을 인정받아 임명됐다기보다 대통령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역할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윤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강조해 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국민은 별로 없다. 우선 그는 국민의 절반 이상인 야당을 ‘옳지 않다’고 한다.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는다. 여당 내에서도 유승민도, 이준석도 옳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갈라치기 하고 나면 대통령이 늘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이 잡아도 30%가 채 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2기 인사가 '이 30%만을 위한 인사'라는 비판에 대통령실은 어떤 반박을 할 수 있을까.

‘감동을 주는 인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신선한 인사’도 포기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상식적인 인사’라도 하는 것이 맞다. ‘늘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992년 내놓은 ‘붉은돼지(紅豚)’에서 주인공 포르코 로소(Porco Rosso)는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로 사는 편이 낫다”고 말합니다. 포르코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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