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으레 새해의 기업환경과 그에 따른 투자를 고민한다. 내년은 올해에 비해 고금리 부담이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 조짐이 보이고 미국 대선을 포함한 다양한 정치적, 지정학적 갈등이 예상돼 마냥 낙관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Chat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확산으로 디지털 투자를 늘리는 것은 중요한 화두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들은 불안한 경제 여건과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실제 IT 투자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을까? 글로벌 대기업 상당수에게 IT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액센츄어(ACN US)의 실적 발표 내용은 글로벌 기업들의 최근 IT 투자 동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액센츄어는 2022년 기준 포춘 글로벌 100대 기업 중 91개와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4분의 3 이상을 고객으로 둔 세계 최대 IT 컨설팅 회사다. 1950년대 초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의 비지니스와 기술 컨설팅 부서로 시작되어 분사한 뒤, 지난 11월말 현재 전세계 74만 3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엑센츄어는 지난 19일 지난 9월부터 시작한 2024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주가는 발표 직전까지 실적 기대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발표된 실적은 예상치를 상회했으나 다음 분기 매출 전망이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실적발표 직후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액센츄어가 지난 분기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에도 향후 매출 전망을 보수적으로 제시한 것은 최근 선진국 기업들의 긍정적 실적에도 향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액센츄어 실적 발표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글로벌 기업들이 불안한 경제 환경에서도 클라우드와 생성형 인공지능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줄리 스위트 액센츄어 CEO는 “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지출은 증가하지만, 그 안에서 더 많은 우선순위를 볼 수 있다”며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및 현대화, 최신 ERP, 데이터 및 인공지능(생성형AI, 플랫폼 및 보안 포함)와 같은 분야에서 계속해서 상당한 수요를 확인”하고 전했다. 스위트 CEO는 이번 발표에 상당부문을 기업들이 처한 디지털 전환의 어려움에도 그런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흐름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성숙한 데이터와 인공지능 역량을 갖춘 기업은 10% 미만으로 추정하면서, 기업 워크로드의 40%만 클라우드에 있고 그 중에서도 20%만 현대화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조차도 인공지능 적용을 포함한 디지털 전환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인 디지털 코어를 구축하고 있고, 이는 경기 불안에도 더 많은 비용 지출로 이어졌다. 액센츄어는 보다폰의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반 업무 프로세스 전환, 익명의 선도적 보험회사의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맥도날드의 디지털 플랫폼 강화 등의 사례를 전했다. 액센츄어의 이번 분기 생성형AI 직접 매출은 4.5억달러로 전체 매출(162.2억달러)에 비해 미미하지만 직전 1년간 관련 매출(3억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디지털 코어에 필수적인 보안 매출은 두자릿수 성장으로 전사 매출 증가율(3%)을 크게 상회했다. 또한 향후 매출로 인식할 것으로 상호간 계약한 예약(Booking)한 신규 금액이 전년 동기 14%나 증가해 매출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액센츄어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인공지능 관련 투자를 크게 늘렸다. 스위트 CEO는 “지난 3년간 인공지능에 30억 달러를 투자했다”며 “숙련된 데이터와 인공지능 실무자를 4만명에서 8만명으로 두배 늘렸는데, 1분기 기준 실무자 5000명을 추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액센츄어는 인수합병도 적극 활용한다. 최근 인수한 이탈리아 인공지능 회사인 아마가마(Ammagamma)가 대표적이다. 참고로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8억달러를 투자해 12건의 인수를 단행했고, 다음 분기에도 5건의 인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액센츄어의 부문별 매출 내역을 통해 전세계 지역별 산업별 디지털 투자 동향을 알 수 있다. 먼저 지역별로 살펴보면, 유럽과 중동/아프리카를 포괄하는 EMEA 지역 매출이 전년동기 9%나 증가해 북미(-1%)와 기타 지역(2%)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북미에 비해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는 유럽 기업들이 북미 기업들에 비해 더 적극적인 디지털 투자를 하는 것은 그동안 북미에 비해 더딘 디지털 전환을 더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세부적으로 EMEA 내에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랑스가 투자를 주도한 반면 영국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 부문의 침체가 커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기타 지역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느린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이 성장을 주도한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기술(이하 CMT)의 부진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반면 헬스케어와 공공서비스 그리고 자원 등의 성장세는 컸다. CMT 부문은 전통적인 IT 플랫폼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아직 코로나 팬데믹 당시 호황 이후 역성장으로 투자 여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액센츄어는 CMT 부문의 부진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봤다. 반면 공공부문과 헬스케어 그리고 자원 부문의 성장세가 큰 것은 인상적이다. 이들은 사회 인프라와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전환이 단순히 IT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별 흐름에서도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뒤쳐진 지역들의 매출이 늘어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 서병수 애널리스트는 하나증권 등 국내외 투자회사에서 주식 운용과 기업 분석 업무를 수행했으며, 특히 미래에셋증권에서 글로벌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편집자주] 뷰어스는 칼럼리스트의 분석과 관련한 투자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서병수의 글로벌 View] 엑센츄어가 전하는 글로벌 디지털 투자 동향

서병수 애널리스트 승인 2023.12.20 15:45 의견 0

연말이면 으레 새해의 기업환경과 그에 따른 투자를 고민한다. 내년은 올해에 비해 고금리 부담이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 조짐이 보이고 미국 대선을 포함한 다양한 정치적, 지정학적 갈등이 예상돼 마냥 낙관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Chat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확산으로 디지털 투자를 늘리는 것은 중요한 화두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들은 불안한 경제 여건과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실제 IT 투자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을까?

글로벌 대기업 상당수에게 IT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액센츄어(ACN US)의 실적 발표 내용은 글로벌 기업들의 최근 IT 투자 동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액센츄어는 2022년 기준 포춘 글로벌 100대 기업 중 91개와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4분의 3 이상을 고객으로 둔 세계 최대 IT 컨설팅 회사다. 1950년대 초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의 비지니스와 기술 컨설팅 부서로 시작되어 분사한 뒤, 지난 11월말 현재 전세계 74만 3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엑센츄어는 지난 19일 지난 9월부터 시작한 2024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주가는 발표 직전까지 실적 기대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발표된 실적은 예상치를 상회했으나 다음 분기 매출 전망이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실적발표 직후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액센츄어가 지난 분기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에도 향후 매출 전망을 보수적으로 제시한 것은 최근 선진국 기업들의 긍정적 실적에도 향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액센츄어 실적 발표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글로벌 기업들이 불안한 경제 환경에서도 클라우드와 생성형 인공지능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줄리 스위트 액센츄어 CEO는 “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지출은 증가하지만, 그 안에서 더 많은 우선순위를 볼 수 있다”며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및 현대화, 최신 ERP, 데이터 및 인공지능(생성형AI, 플랫폼 및 보안 포함)와 같은 분야에서 계속해서 상당한 수요를 확인”하고 전했다.

스위트 CEO는 이번 발표에 상당부문을 기업들이 처한 디지털 전환의 어려움에도 그런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흐름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성숙한 데이터와 인공지능 역량을 갖춘 기업은 10% 미만으로 추정하면서, 기업 워크로드의 40%만 클라우드에 있고 그 중에서도 20%만 현대화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조차도 인공지능 적용을 포함한 디지털 전환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인 디지털 코어를 구축하고 있고, 이는 경기 불안에도 더 많은 비용 지출로 이어졌다. 액센츄어는 보다폰의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반 업무 프로세스 전환, 익명의 선도적 보험회사의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맥도날드의 디지털 플랫폼 강화 등의 사례를 전했다.

액센츄어의 이번 분기 생성형AI 직접 매출은 4.5억달러로 전체 매출(162.2억달러)에 비해 미미하지만 직전 1년간 관련 매출(3억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디지털 코어에 필수적인 보안 매출은 두자릿수 성장으로 전사 매출 증가율(3%)을 크게 상회했다. 또한 향후 매출로 인식할 것으로 상호간 계약한 예약(Booking)한 신규 금액이 전년 동기 14%나 증가해 매출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액센츄어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인공지능 관련 투자를 크게 늘렸다. 스위트 CEO는 “지난 3년간 인공지능에 30억 달러를 투자했다”며 “숙련된 데이터와 인공지능 실무자를 4만명에서 8만명으로 두배 늘렸는데, 1분기 기준 실무자 5000명을 추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액센츄어는 인수합병도 적극 활용한다. 최근 인수한 이탈리아 인공지능 회사인 아마가마(Ammagamma)가 대표적이다. 참고로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8억달러를 투자해 12건의 인수를 단행했고, 다음 분기에도 5건의 인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액센츄어의 부문별 매출 내역을 통해 전세계 지역별 산업별 디지털 투자 동향을 알 수 있다. 먼저 지역별로 살펴보면, 유럽과 중동/아프리카를 포괄하는 EMEA 지역 매출이 전년동기 9%나 증가해 북미(-1%)와 기타 지역(2%)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북미에 비해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는 유럽 기업들이 북미 기업들에 비해 더 적극적인 디지털 투자를 하는 것은 그동안 북미에 비해 더딘 디지털 전환을 더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세부적으로 EMEA 내에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랑스가 투자를 주도한 반면 영국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 부문의 침체가 커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기타 지역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느린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이 성장을 주도한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기술(이하 CMT)의 부진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반면 헬스케어와 공공서비스 그리고 자원 등의 성장세는 컸다.

CMT 부문은 전통적인 IT 플랫폼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아직 코로나 팬데믹 당시 호황 이후 역성장으로 투자 여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액센츄어는 CMT 부문의 부진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봤다. 반면 공공부문과 헬스케어 그리고 자원 부문의 성장세가 큰 것은 인상적이다. 이들은 사회 인프라와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전환이 단순히 IT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별 흐름에서도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뒤쳐진 지역들의 매출이 늘어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 서병수 애널리스트는 하나증권 등 국내외 투자회사에서 주식 운용과 기업 분석 업무를 수행했으며, 특히 미래에셋증권에서 글로벌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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